프로는 타노난 기질과 수많은 승부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플레이하는 감각이 뛰어나야 한다. 거의 동물적인 수준에 가까운 그러한 감각을 키우기 위한 몸부림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나의 경우도 그러하다. 나의 모든 어려움과 고뇌는 혼자만의 몫이다. 포커에서 큰돈을 잃거나 전패를 했을 때도 그 고통이 가족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애를 쓴다. 집에 와서는 모든 것을 잊고 평범한 남편과 아이들의 아빠로 돌아간다. 그리고는 모든 식구가 잠들어 있는 새벽에 조용히 일어나 서재에서 패배의 원인을 분석한다.얼마나 많은 날을 그렇게 지새우고, 자책감에 괴로워했는지 모른다. 세계적인 포커 선수로서 화려한 삶을 살고 있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그 이면에 가려진 힘겨운 싸움도 보기 바란다.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해서 모두 승리하는 프로 포커 선수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타고난 재능과 뛰어난 정신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회가 올 때까지 인내하고 또 인내할 수 있는지, 냉엄한 승부의 세계에서도 초연한 마음가짐을 유지할 수 있겠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포커 대회에서 상금을 받은 공식적인 포커 선수가 10만 명이나 있지만, 그 중 겨우 몇 백 명만이 돈을 따고 있는 승자라는 사실을 짚고 넘어 가야 한다. 10만 명의 선수들 중 0.5%의 프로만이 프로 포커계의 승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게임에서 이기고 잇는 사람은 무리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고 있는 사람은 무리한 공격으로 본전을 찾으려고 한다. 포커에서 가장 무서운 상대는 지고도 무리하지 않는 사람이다.
진정한 프로 선수는 엄청난 돈을 지고 있으면서도 자세나 표정이 흔들림 없어야 한다. 언젠가 데이비드 그레이라는 라스베거스 하이 리밋 프로와 4백~8백 달러 리밋 홀덤을 플레이한 적이 있는데, 그는 수만 달러를 잃고 있으면서도 초조해 하기는커녕 미소마저 잃지 않았다. 나는 데이비드 그레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데이비드 그레이는 s에게 복싱 경기에 작은 돈이라도 베팅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할 정도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여태까지 본 프로 포커 선수들 중에 데이비드 그레이처럼 여유 있어 보이는 선수는 없었던 거 같다. 물론 든든한 그의 뱅크롤이 뒷받침되었겠지만 말이다. 그는 돈을 잃고 있기는 했지만 결코 패자는 아니었다.
전쟁에서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가 되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언제든지 올인 승부가 가능한 노리밋 홀덤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만약 당신이 명백하게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올인을 하며 승부를 걸었는데 운명의 여신이 마지막 리버에서 희박한 가능성을 지닌 상대방의 손을 들어줬다면 이는 운이 나빴을 뿐이지 절대로 잘못된 플레이를 해서가 아니다. 그러나 이길 확률이 거의 없음을 명백하게 알고도 심리적인 압박과 조급한 마음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승부를 걸어서 졌다면 그가 바로 진정한 패자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실수를 고치지 않고 반복하는 것이 문제가 될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격을 알고 있다. 만약 패배에서 교훈을 얻어 보다 발전된 포커 게임을 펼칠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이기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좋다. 그럴 수 없다면 즐기는 정도로만 포커를 쳐야 할 것이다. 자신을 알지 못하면서 남을 알기는 더더욱 힘들다. 제법 이름 깨나 날리는 대부분 승부사들은 애초부터 승부 근성을 가지고 태어났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그들과 같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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