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포커 플레이어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것은 바로 배드 빗 스토리일 것이다. 나 역시 강산이 두 번은 바뀐 세월 속에서 프로 포커 플레이어로 지내는 동안 수많은 배드 빗 스토리를 귀가 따가워질 정도로 들어왔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배드 빗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다른 선수들과 다르다.
배드 빗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뼈아픈 순간으로 다가오겠지만, 포커를 치는 사람이라면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배드 빗은 압도적인 승률로 앞서가는 상황에서 모든 칩을 걸고 승부수를 던졌다가 희박한 확률에 역전 당하면서 패배하는 순간을 뜻한다. 이것을 바꾸어서 말하면 내가 절대적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칩을 걸고 올인했는데도 희박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상대가 콜했다는 뜻이다. 사실 이 얼마나 좋은 상황인가. 만약 상대방이 희박한 승률을 알아채고 핸드를 버렸다면 실망스러운 일이 되지 않겠는가?
당신이 베스트 핸드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올인을 했고, 상대방이 당신보다 아주 낮은 승률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당신의 올인 공격을 받아주었다면, 당신은 이미 최선을 다 했으므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간에 후회하지 말고 초연해야 한다. 이는 당신이 포커를 계속 치는 한 수도 없이 반복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난 항상 최선을 다 했다. 그 자체로 나는 자랑스럽다.’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난 배드 빗을 너무 많이 맞았어. 어떻게 그런 상황이 생길 수 있지?’등과 같은 생각은 플레이를 더더욱 위축시킬 뿐이다. 배드 빗의 악몽을 계속 떠올리기만 한다면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을 회복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뿐이다.
배드 빗은 잊어야만 한다. 실제로 프로 포커 선수인 나는 배드 빗을 거의 입에 담지 않는다. 가끔 프로 선수들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면 나는 배드 빗 당했던 경험을 아무런 표정 없이 가볍게 말할 뿐이다.
배드 빗과 포커는 공존한다. 나는 내 평생 배드 빗은 다섯 번 정도밖에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난 포커를 하면서 생기는 9 아우츠, 6 아우츠 등은 물론 심지어는 2 아우츠에 패하는 상황조차도 배드 빗으로 치지 않는다. 내가 진정한 배드 빗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결정적인 승부에서 당한 것뿐이다. “나는 왜 운도 없이 맨날 배드 빗으로 넘어가지?”하는 식의 말은 그저 푸념이며, 자신이 실력 없음을 공개적으로 나타내는 말일 뿐이다. 운이라는 것은 결코 한곳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안 좋은 운이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되면 그 테이블에서 떠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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